어떤 생각

일회용 쓰레기 : 2009. 4. 21. 20:33
  무엇을 쓸까 고민하고 나서 글을 쓴 적이 별로 없는 것 같다. 어느 순간에나 바로바로 나오는 말들을 글로 옮길뿐.... 글이라는 매체의 특성이 오래 남고 여러 사람에게 전달된다는 특성 외에도 어떤 글이든 나중에 다듬고 고치면서 새로운 의미와 정제된 의미를 만들 수 있다는 점이 아니었던가.
  하지만 무언가 쓰지 않고 있을 때 또한 불안하다. 순간순간의 생각을 짧게 메모로 정리하는 데 익숙하지 못한 나는 긴 글이라도 써서 글을 남기곤 한다. 흘러가는 생각은 무엇보다로 거세게 흐르지만 그 만큼 맑아서 내 자신의 티끌을 바라보게 한다. 굳이 사유의 과정을 한 차례 거친 글은 이미 거친 알갱이들이 다 씻겨나가 깨끗한 느낌을 줄지언정 나 자신을 그대로 나타내고 있다는 생각이 들게 하지는 않는다.
  항상 글을 쓰고 싶었다. 하지만 쓰고 싶다고 쉽게 쓰여지는 게 아니란 것은 약간이라도 펜을 잡고 고민해본 적이 있는 사람이라면 금방 깨달을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내가 쓴 글이 혹 비난이라도 받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에 쉽게 공개할 수도 없다. 아무리 가치있는 보물이라도 쓰이지 않으면 쓰레기와 마찬가지이다. 글도 마찬가지 아닐까. 단지 쓰여지기 위해 쓰는 글은 그 자체로서 글의 기능을 잃어버린다. 언젠가는 누군가, 적어도 본인이 읽어 볼 글이라야 글을 쓰는 까닭이 생기는 것이 아닐까.
  그러한 점에서 내가 쓰는 글들은 뭔가가 결핍되었다. 그저 '글을 쓰고 싶어서' 쓰인 글들. 언젠가 내가 읽을 계획도 없고 누군가에게 보일 계획도 없는 글들. 그런 것들이 글자들 틈에서 썩어가는 것이 아닐까.

  글자들 틈에서 썩어가는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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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우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