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어떤 날이었다. 무심코 지나쳐왔던 가게, 사무용품을 파는 그 곳으로 나도 모르게 발을 옮겼다. 햇살이 평화롭게 속삭이고, 새들이 지저귀고 있다 - 란 말에 어울리는 날이었다면 더 좋았으련만 언제나와 같이 도시의 우중충한 콘크리트 빛깔과 같은 하늘에는 구름의 윤곽이 보이지 않았다.
점심시간 직후라 그런지 사람은 꽤 있었다. 펜, 지우개, 종이를 고르는 이들, 복사를 하려는 이들, 여러 군상이 있었다. 대부분이 회사원들이었고, 나와 같이 점심시간을 이용해 학교 밖으로 몰래 나온 사람은 없는 것 같았다. 갑자기 나는 교복을 입고 있는 내 모습이 이 풍경에서 이질적이라는 것을 느꼈지만 나 외의 이들은 그를 알아차리지 못했거나 혹은 알아차리고도 내색을 하지 않는 것 같았다.
초록색 파일럿 펜을 만지작거리는 어떤 여자를 바라보다가 깨달았다. 여기가 아니라는 것을, 나는 약간 비껴 있다는 것을.
1.
요즘 이상한 것을 느끼기 시작했다. 사실, '이상한'이란 표현을 써도 되는 건지 모르겠다. 어쩌면 사소한 것일수도 있지만, 나는 계속 신경이 쓰인다.
집 근처 할인마트에서의 일이다. 평범한 하루, 그 전날 치약이 떨어져서 츄리닝 차림에 돈 몇 푼을 들고 나왔다. 치약과 양갱의 값을 치르고 나오는 길이었다. 무빙워크에 발을 올리고 핸드레일에 등을 기대서서 양갱의 껍질을 까고 있는데, 갑자기 뭔가 '이상한' 느낌이 전해져왔다. 핸드레일의 진동, 무빙워크의 진동, 평소에도 느낄 수 있는 덜덜거리는 그 느낌은 그 순간 '그 느낌'이 아니었다. 다른 감각, 그저 촉각만으로는 형용할 수 없었다. 순간 놀라서 달려서 무빙워크를 탈출했는데 무슨 병에라도 걸린 것 같아 당황스러웠다. 잠시 후 다시 핸드레일에 살며시 손을 얹어봤는데 특별한 느낌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져 과도한 컴퓨터 사용으로 뭔가 몸이 피곤했거니 하고 넘어갔었다.
그런데, 그저께 다시 찾아온 것이다. 역시나 평범한 하루, 길을 걸어가고 있는데――뭘 하려고 했었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자동차가 옆으로 지나갔다. 정확히 말하면 차가 내 뒤에서 다가오고 있는 순간에 이미 나는 그 차의 진동――정확히 말하면 엔진에서부터 도로까지 전해지는――을 느끼고 있었다. 그건 마치 물결과 같다. 여럿이 몸을 담그고 있는 목욕탕에서 어떤 애가 들어와 물장구를 치면 물결이 내 몸에 닿아 느껴지는 것처럼 그렇게 느껴진다. 뭔가가 잘못되었다. 나는 그저께 이후로 점점 더 자주, 그리고 강하게 느껴지는 그 감각에서 일종의 공포까지 느끼게 되었다.